“싱가포르에 와서야 알게 된 눈의 소중함 – 당뇨망막병증과 안구 내 주사 치료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4년 전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로 이민 온 50대 초반의 평범한 한국인입니다.

여기서도 일하고, 아이들 학교 챙기고, 현지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지내왔지만
돌이켜보면 가장 큰 전환점은 사실 ‘건강’, 그 중에서도 눈 건강 문제였습니다.

제게 ‘당뇨망막병증’이라는 단어는
그저 뉴스에서 스쳐 지나가는 의학 용어였고,
실명은 아주 먼 이야기처럼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생활하며 저 역시 당뇨병 진단을 받고,
곧이어 망막병증 진단을 받은 순간부터,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싱가포르에 와서야 알게 된 눈의 소중함 – 당뇨망막병증과 안구 내 주사 치료 이야기”



■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컴퓨터 화면이 자꾸 겹쳐 보이고,
책을 볼 때 눈이 침침하고,
마치 안경 도수를 잘못 맞춘 것처럼
초점이 흐려졌습니다.

이곳 싱가포르에서는 공공의료 서비스에 따라 정기검진 예약을 하거나
민간 병원에서 비교적 빠르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데,
당시엔 워낙 바빠서 진료를 미루다 결국 어느 날 눈앞에 검은 점(비문증)이 계속 떠다니는 증상이 시작되자
부랴부랴 안과를 찾았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당뇨망막병증 중등도 이상 진행. 망막 부종 소견 있음. 치료 권장.”


■ “당뇨망막병증이 뭐길래…” — 실명의 현실적인 위험

검사 결과를 듣고 처음엔 감이 안 왔습니다.
그냥 당뇨 합병증 중 하나겠거니 했지만, 의사 선생님이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 실명 위험도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제게 이렇게 설명해주셨습니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으로 인해 눈 속 미세혈관들이 손상되면서
출혈이 생기고, 망막이 붓거나, 새 혈관이 자라면서 망막을 망가뜨리는 병이라는 것.
심지어 이 새로 자라는 혈관은 너무 약하고 비정상적이어서 쉽게 터진다는 거죠.

무서웠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한창 싱가포르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상황이었고,
가족도 있고, 아이들의 학교 생활도 챙겨야 했기에
실명이라는 단어는 제 인생에서 가장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 치료는 ‘안구 내 주사’… 처음 듣는 방식에 두려움도 컸지만

의사 선생님은 저에게 항-VEGF 치료를 권했습니다.
쉽게 말해 눈 속, 정확히는 유리체 내에 약물을 주사하여
망막에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혈관 생성을 억제하고, 부종을 가라앉히는 치료
였습니다.

눈에 주사라니요?
처음엔 너무 무서웠습니다.
정말, 어떻게 바늘을 눈에 찌를 수 있단 말입니까?

하지만 설명을 듣고 나니, 이게 가장 효과적이고, 현재로서는 실명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전문적인 안과 병원에서
국소 마취 후 시술이 빠르게 진행되며,
시술 시간도 10분 남짓이고
회복도 빠른 편이었습니다.

저는 루센티스라는 항-VEGF 약물로
총 3회 치료를 받았습니다.


■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시력을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주사 첫날, 긴장해서 밤잠을 설쳤지만
정작 시술은 생각보다 덜 불편했습니다.
눈에 마취 안약을 넣고, 정해진 자세로 누워 있으면
담담한 표정의 의료진이
정확하게 눈 속에 약물을 넣습니다.

처치 후 약간의 이물감과 뻑뻑함이 있었지만,
하루 이틀이면 대부분 회복되었고
그 다음 진료 때마다 조금씩 시야가 맑아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의사가 말했던 대로,
망막 부종이 줄고,
눈 앞에 떠다니던 점들도 점점 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앞이 보인다”는 그 안정감은
이민 생활 중 가장 감사했던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 싱가포르에서의 교훈 – “건강은, 특히 눈은 잃고 나서야 무섭다”

당뇨망막병증이라는 말조차 몰랐던 제가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당뇨병이면 꼭 안과 정기검진 받으세요.
정말, 눈은 한번 나빠지면 되돌릴 수 없어요”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싱가포르의 의료 시스템은
기본적인 예방 진료 중심의 구조를 갖추고 있어,
당뇨 환자에게는 정기 안저검사, 혈압·혈당 체크,
그리고 필요한 경우 빠른 치료 연결까지
잘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있어도
본인이 의심하지 않고 병원을 찾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 당뇨병 환자라면, 지금 바로 ‘눈’도 관리하십시오

대한민국에 계신 당뇨병 환우 여러분,
그리고 지금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당뇨망막병증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옵니다.

✔ 혈당 조절만큼 중요한 건
✔ 안과 정기검진(최소 연 1회)
✔ 증상 없어도 반드시 검진!
✔ 망막이 부으면 ‘느껴지기 전에’ 이미 손상된 것입니다.
✔ 주사는 무섭지 않습니다. 실명이 훨씬 더 무섭습니다.


■ 마무리하며…

싱가포르에 와서 저는 새로운 언어, 문화, 사람들 속에서
정신없이 살다 보니 건강을 잠시 놓쳤습니다.
하지만 눈은, 제가 지금 어디에 있든 가장 소중한 감각이었습니다.

당뇨망막병증은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치료 가능하고, 실명도 막을 수 있는 병입니다.
단지 무시하거나 방심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리고 치료가 무섭다고 망설이지 마세요.
지금 당신의 눈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검진과 ‘안구 내 약물 주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