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지팡이 사용, 뇌졸중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 재활의학과 졸업생의 시선

 

재활의학과를 졸업하고 뇌졸중 환자들과 함께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팡이 사용의 실질적인 영향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단기적인 도움은 분명하지만, 장기 사용이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실제 사례와 함께 분석했다.

장기간 지팡이 사용, 뇌졸중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 재활의학과 졸업생의 시선


뇌졸중 이후, 지팡이와 함께 시작되는 '두 번째 걸음'

재활의학과 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뇌졸중 환자분들을 참 많이 뵈었습니다. 그중 다수는 편마비 증상으로 인해 균형과 보행에 큰 어려움을 겪었고, 지팡이는 회복 초기 가장 많이 의지하게 되는 도구 중 하나였습니다.

처음엔 대부분 "언제쯤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나요?" 하고 묻습니다. 그만큼 지팡이는 ‘의존’과 ‘회복’ 사이의 민감한 경계에 있습니다.

장기 사용의 긍정적 효과 – 안정, 자율, 회복의 첫 걸음

1. 균형 유지와 낙상 예방

임상 실습 중 만난 70대 여성 환자분은 좌측 편마비로 재활 치료를 시작했는데, 초기 보행 시 계속 균형을 잃고 낙상 위험이 높았습니다. 지팡이 사용 후, 보행 안정성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고, 낙상 횟수도 0으로 줄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보조기구의 효과가 아니라, 환자 본인의 심리적 안정감과 자신감 회복 덕분이기도 합니다. 특히 T자 지팡이 → 4발 지팡이 → 무지팡이 순으로 보행 도구를 단계별로 줄여가는 과정에서, 지팡이는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어줍니다.

2. 사회적 활동의 재개

지팡이를 사용하면서 대중교통을 타기 시작하고, 마트를 가거나 동네 산책에 도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단순 보행이 아니라 사회 복귀의 발판이라는 점에서, 장기 사용이라도 ‘소극적 자립’을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 사용이 ‘회복을 늦추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1. 비대칭 보행 패턴 고착

오랜 기간 지팡이에 의존하면, 마비되지 않은 쪽으로 체중을 과도하게 실어 걷는 습관이 생깁니다. 이는 골반 틀어짐, 허리 통증, 건측 무릎의 연골 손상 등 2차 장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마비된 쪽 다리를 사용하는 빈도가 줄어 기능 회복이 느려지고, 불균형한 보행 패턴이 고착됩니다.

2. 심리적 의존

의외로 많은 분들이 "이제는 지팡이 없으면 불안해요"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지팡이 자체가 ‘안전장치’가 되다 보니, 심리적으로 의지하게 되고, 물리치료사의 지도 없이 스스로 사용을 줄이기가 어렵습니다.

3. 상지의 과부하

건측 손과 팔에 지속적인 하중이 가해지면서 어깨, 손목 통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지팡이를 쥐고 생활하다 보면 손가락 저림, 테니스엘보 등 2차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도 꽤 많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지팡이를 쓰되, 줄여가는 전략'

재활의학과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한 사용’입니다. 단순히 걷기 편하자고 지팡이를 계속 쓰는 것이 아니라, 지팡이 덕분에 운동 범위와 강도가 늘어나야 합니다.

추천 단계별 전략

  • 1~3개월: 4발 지팡이나 T자 지팡이로 균형 훈련 + 마비된 다리 사용 연습
  • 3~6개월: 실내 중심의 무지팡이 보행 시도 + 코어 강화 운동 병행
  • 6개월 이후: 야외 보행 시도 + 지팡이 제거 훈련 + 재평가

결론 – 지팡이는 도구일 뿐, 목표는 걷는 것입니다

저는 지팡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팡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이 점을 현장에서 절실히 느꼈습니다.

환자의 안전, 자존감, 회복 속도 모두를 고려할 때, 지팡이는 처음에는 필수지만, 끝까지 필요한 도구는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보호자분들이나 회복 중인 환자분들께 꼭 전하고 싶습니다. 지팡이는 잠깐의 친구일 뿐, 여러분은 스스로 걷는 그날을 충분히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