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다면! 휠체어 사용기술과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곳들
50대 전업주부가 경험한 ‘휠체어와 함께한 나의 두 번째 인생’
서론: 평범했던 일상이, 어느 날 멈춰 섰을 때
결혼하고 아이 둘 키우며 정신없이 40대를 보냈습니다. 남편은 직장 다니고, 저는 집안일과 육아에 바쁘게 살아왔죠. 그렇게 살아가던 어느 날, 허리디스크가 심하게 터져 수술을 받았고, 회복이 잘 안 되면서 한동안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됐어요. 처음엔 인정하기도 싫었고, 바퀴 달린 의자에 몸을 맡긴다는 게 너무 낯설었죠.
그런데 막상 휠체어를 타보니, 이건 단순히 불편함만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어디를 갈 수 있는지’부터가 전부 새롭게 배워야 할 과제였어요. 사람들은 휠체어를 보면 “움직이기 불편하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제대로 된 사용법만 익히면 자유로울 수 있는 도구가 된다는 걸 저는 몸소 느꼈답니다.
오늘은 제가 휠체어를 사용하면서 직접 느끼고 익혔던 것들, 그리고 생각보다 더 ‘멀리’ 갈 수 있었던 장소들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해보려 해요. 혹시 누군가 이 글을 보고 조금이나마 용기와 정보가 된다면, 제 경험이 헛되지 않을 거라 믿어요.
1. 휠체어도 기술이다 – 나만의 주행법 익히기
처음 휠체어를 탔을 땐 팔에 쥐가 날 정도로 힘들었어요. 팔 근육이 없으니 살짝 경사만 있어도 못 올라가겠더라고요.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몇 주를 연습하다 보니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특히 양손에 힘을 어떻게 분산해야 하는지, 턱을 넘을 땐 바퀴를 어떻게 들어올려야 하는지… 이건 단순한 ‘운전’이 아니라 몸 전체로 익혀야 하는 기술이더라고요.
가장 먼저 배운 건 ‘안정적인 방향 전환’이었어요. 실내 마트나 병원 복도에서 좁은 회전 구간이 꽤 많거든요. 이럴 때는 양손을 미묘하게 다르게 밀면서, 회전 반경을 줄이는 게 포인트예요. 또 바닥 재질에 따라 마찰력이 다르기 때문에, 집 안에서는 천천히 미는 게 좋고, 실외 타일 바닥은 조금 속도를 줘야 덜 흔들려요.
나중에는 손에 패드 장갑까지 끼고, 오르막길 연습도 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계단이나 경사로는 무서워요. 하지만 ‘이 정도면 나도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은 확실히 생겼어요. 휠체어는 내가 연습하고 적응하면, 생각보다 더 많은 걸 해낼 수 있는 도구라는 걸 알게 됐죠.
2. 갈 수 있는 곳보다, 못 가는 곳이 더 많을 줄 알았다
휠체어를 타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주변에 이렇게나 많은 턱과 계단이 있는 줄 몰랐어요. 첫 외출 때 집 앞 카페에 가려다 입구에 있는 10cm 턱에 막혀서 돌아선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정말 별거 아닌 높이인데, 그게 제겐 ‘벽’이었죠.
하지만 요즘은 그보다 갈 수 있는 곳에 더 집중하려 해요. 생각보다 휠체어 접근성이 잘 되어 있는 공간이 많더라고요. 대표적으로 도서관, 대형마트, 시립 미술관 같은 곳은 경사로와 엘리베이터가 잘 갖춰져 있었고, 직원분들도 도와주시려고 먼저 다가오셨어요. 공원 산책로도 요즘은 대부분 휠체어 진입이 가능하게 설계되어 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아들과 같이 다녀온 ‘서울숲’. 처음엔 나무 바닥이라 어렵겠다 싶었는데, 길이 정말 잘 깔려 있어서 전동 휠체어가 아니라도 무리 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어요. 벤치마다 휴게 공간도 있었고요. 물론 아예 못 가는 곳도 아직 많아요. 작은 식당, 오래된 건물, 비 오는 날의 보도블럭 등… 하지만 분명히 세상은 조금씩 휠체어에게도 문을 열어주고 있다고 믿어요.
3. 휠체어가 주는 또 다른 시선 – 느림의 미학
예전엔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뭘 했는지 모르게 시간이 훅 지나갔어요. 그런데 휠체어를 타고 나서부턴, 세상이 달라 보이더라고요. 일단 속도가 느려지니까 주변을 더 보게 되고,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일이 많아졌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웃으면서 먼저 인사해주시고, 지나가는 길을 양보해주시기도 해요.
이제는 커피 한 잔을 마시러 가는 길도 작은 여행처럼 느껴져요. 속도가 느려졌다고 인생이 느려진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더 풍부해졌다고 할까, 더 많이 ‘느끼는 법’을 배우게 된 거죠. 휠체어를 사용한다는 게 불편함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새로운 삶의 감각을 얻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해요. “휠체어 타고도 못할 건 없어요. 다만, 조금 더 천천히 가야 할 뿐이죠.” 나이 들수록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란 걸, 휠체어가 제게 가르쳐줬습니다.
결론: 다시 태어난다면, 휠체어를 더 빨리 배웠을 거예요
처음엔 두려움이 컸어요. 뭘 할 수 있을까, 세상은 날 어떻게 볼까, 이대로 갇혀 사는 건 아닐까…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휠체어는 나를 갇히게 한 게 아니라, 다시 움직이게 해준 존재였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어떤 도전이든 처음은 어렵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으면 그다음은 ‘익숙함’이 되고, 언젠간 ‘자신감’이 되더라고요. 저는 이제 가까운 시장도, 버스도, 공원도 혼자 갈 수 있어요. 물론 가끔 도움도 필요하고, 때론 짜증도 나지만, 적어도 다시 ‘살고 있다’는 느낌은 확실하게 들죠.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휠체어나 보행 보조기구를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감히 말씀드릴게요. 겁내지 말고, 도전해 보세요. 느리지만 새로운 삶이 시작될 수 있어요. 다시 태어난다면, 저는 휠체어를 더 빨리, 더 편하게 타는 법부터 배우고 싶을 정도로요.